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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10~11월까지 갈 듯”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0-03-19 15:42
조회
16


“착시현상 같은 건데,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폭증한 상황이 모든 걸 가리고 있다.”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 자문위원이었던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3월10일 오후 <한겨레21> 주최 좌담에서 한 말이다. 대구·경북 신천지 교인 확진자 감소와 함께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졌다는 평가가 슬슬 고개를 들던 이날, 감염병 전문가인 엄 교수와 예방의학 전문가인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보건복지 전문기자인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한겨레> 논설위원이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모든 것’을 가린 그 착시현상을 걷어내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해보자는 취지였다. 세 전문가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약 2시간30분 동안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사태가 10~11월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신중한 전망과 함께, 장기전에 대비한 시스템 정비 등 최악의 상황에서 더욱 절실한 최선의 대안을 모색했다.


‘신천지’ 지우면 감소 국면 아닌 팬데믹 초입


이창곤 원장(이하 이 원장) 오늘 아침 코로나19와 관련해 눈에 띄면서도 상반된 두 가지 뉴스 얘기로 시작해보죠. 한국에선 “한풀 꺾인 확산세”라는 얘기가 나오고, 세계적으로는 “확산 국면”인데요.(세계보건기구(WHO)는 좌담 이틀 뒤인 한국시각 3월12일 오전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엄중식 교수(이하 엄 교수) 착시현상 같은 건데요,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폭증한 상황이 모든 걸 가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은 신천지 교단이라는 독특한 ‘클러스터(집단) 감염’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게 발생했습니다. 재생산 지수를 전파력으로 많이 얘기하는데, 한양대 의대 최보율 교수의 내부 평가로 보면, 서울·경기 지역사회는 2, 대구·경북은 3.5, 신천지만 따로 하면 7이 나온다고 합니다. 7이면 어마어마한 건데, 신천지에서 확진자 몇천 명이 나와버리니까 우리나라 유행이 이상한 형태로 나타난 겁니다. 굉장히 심해 보이지만 신천지를 제외하고 보면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1500~2천 명 수준에 지역사회에 몇 개 클러스터가 발생한 것으로, 확진자 수준으로 보면 프랑스 상황을 약간 지나는 정도입니다. 신천지 빼고 나머지만 데이터를 보면 첫 번째 환자가 생긴 다음부터 약간의 진폭으로 슬슬 올라가는 수준입니다. 지금처럼 하루 확진자가 120~130명 나오면 맞는 수준이었던 겁니다. 그 때문에 한국에서도 감소 국면이 아닌 팬데믹 초입이고, 실제 팬데믹에 접어들면 점점 증폭될 가능성이 7 대 3 정도로 많아 보입니다.


김윤 교수(이하 김 교수) 대구·경북 신천지라는 특수 요인이 대량 감염을 일으켰는데, 이제 그 부분이 잘 통제되니까 코로나19 환자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신천지와 나머지 요인, 둘로 나눠서 살펴야 합니다. 나머지 부분 중 콜센터·요양병원·장애인시설 등 사람이 집단으로 모이는 시설과 장소에서 산발적 집단감염이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관리가 안 돼 2·3차로 퍼져나가면 환자 수가 지금보다 아주 많이 늘어날 개연성도 있습니다.


엄 교수 팬데믹이 되면 8~9월, 심하면 10~11월까지 갈 텐데, 여기저기서 클러스터가 나오는 기간에 일평균 추가 확진자 수를 120~130명 정도 유지하면서 버티는 게 최상입니다. 완전히 없애는 건 어려울뿐더러, 훨씬 더 많은 자원 투입과 희생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 정도로 길게 끌고 가면서 의료체계를 잘 유지해, 중환자에 집중하고 사망자 수를 최소로 줄이는 게 최선이 아닐까 합니다.


효율성 극대화한 닭장 같은 사회, 감염병 속수무책


이 원장 신천지 외에 한국이 집단감염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문화·사회적 배경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신천지뿐 아니라, 대규모 확진자가 나온 서울 구로 콜센터 같은 곳이나 다중이용시설도 많아 대규모 감염 발생 여지가 크고, 이 부분이 향후 주목해야 할 ‘불안 요소’ 같습니다.


엄 교수 우리나라는 ‘중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신천지만 해도 포교 방법이 정말 독특해서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종교단체 내부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잖아요. 접촉의 밀도와 강도가 너무 센 거죠. 다른 데는 괜찮을까요? 콜센터도 효율을 극대화하려고 개인 부스(칸막이 공간)에 촘촘히 앉아서 일을 처리하고, 병원도 한 병실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넣잖아요. 한국 사회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위법이 아닌 선에서 모든 걸 촘촘·빽빽하게 하는 문화입니다. 감염병에 속수무책인 거죠. 닭 키울 때도 닭장 안이 빽빽할 정도로 키우는데, 그러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돌면 닭이 다 죽어요. 개개인 사이가 약간 느슨해야 하는데, 한국은 그 거리가 인정되지 않는 사회인 거죠.


이 원장엄 교수님이 10~11월까지도 갈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전문가들이 장기 ‘진지전’ 차원에서 감염병 대책도 고민하고 계신지요.


엄 교수 정부는 당연히 빨리 (이 국면을) 끝내고픈 마음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더 빨리 끝내려면, 정부가 조금 더 냉정해져야 해요. 전문가들은 길게 갈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고 있어요.


시스템 없이 물량 공세로는 사태 해결 못해


김 교수 코로나19가 오래가고 인플루엔자처럼 반복해서 돌아오는 바이러스가 된다면,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합니다. 첫째는 코로나19와의 장기전 대비입니다. 현재 국가적으로 상당한 자원을 대구에 총력 투입하는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물량 공세로 해결하는 형국입니다. 예를 들어 대구 전체 병상 수는 전국 평균보다 많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으로 보면 대구에 1만 병상 정도 필요한데, 대구에 3만 병상이 있습니다. 2만 병상이 유휴 병상인 거죠. OECD 방식으로 진료하면 입원이 필요 없는 환자가 입원하고, 장기 입원 환자도 많다는 뜻입니다. 대구에 감염병 대응 시스템이 있었다면, 장기 입원자를 퇴원시켜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면 됩니다. 시스템이 없으니 대구 병상을 쓰지 못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병상을 동원해야 합니다. 전체 시스템 피로도가 굉장히 올라가겠죠. 지금 대구에 대응하는 시스템으로 장기전은 못합니다. 해법은 결국 시스템입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전문가들이 감염병 진료 체계를 만들자고 했고, 그 조언을 받아들여 중앙-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지역별로 환자 수 대비 선별진료소와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었다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 겁니다. 지금은 정부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쪽이 아니라, 눈앞에 벌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단기전’ 대처 방식입니다. 메르스를 생각하면서 ‘코로나19도 이번에 지나가면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르는데 지금부터 전국에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둘째는 바이러스에 취약한 ‘효율성 중심 사회 시스템’을 정비해야겠죠. 안 그러면 감염 예방이 아니라 감염을 쫓아다니며 막기에 바쁜 상황이 될 테니까요. 요양병원·요양원·장애인시설·정신요양원에 계신 분들을 시설이 아닌 원래 살던 곳에서 살게 하려면 굉장히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합니다. 지역에서 세심하게 돌보는 시스템은 돈이 많이 드니까 그냥 집단 시설로 가게 하는데, 우리 사회의 이런 구성 방식이 바이러스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감염 측면에선 잠재된 화약고가 전국에 수만 곳 있는 거죠. 어디서 집단감염이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한 시설 감염은 전국에서 계속될 겁니다.


이 원장 우선은 대구 확진자가 폭증했으니 단기 대책을 세워야 할 듯한데, 정부의 기대와 달리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있으니 장기 대응이 필요할 듯합니다. 검진은 동네 1차 병·의원에서 하고, 2차 병원에선 폐렴 환자를 보고, 중증환자는 음압격리병상이 있는 상급병원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식의 논의가 있습니까?


엄 교수 2015년 메르스 이후 하반기 국가 방역체계 개편을 위한 협의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중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습니다. 300병상 이상 병원은 음압격리병상을 한 개 이상 갖추게 하고, 100병상 늘어날 때마다 하나씩 추가했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은 국가지정 격리병상 수준으로 만들고, 건축비를 지원해 결과적으로 권역의료센터 음압격리시설을 만드는 게 됐어요. 감염관리 전담 인력의 (의료)수가를 만들고 300병상당 한 명씩 감염 전담 의사를 두게 하는 등 몇 가지 진행된 부분이 있습니다. 딱 거기까지 작동했어요. 그때 중앙-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었다면 이런 난리는 안 났죠.


가천대 길병원이 인천에 있는데, 가장 인적 교류가 없는 지자체가 대구예요. 대구와 인적 교류가 없는 병원인데도 현재 돌보는 확진환자 6명 가운데 5명이 대구·경북 중증환자예요. 대구·경북 환자 5천 명 중 (비율적으로) 초중증은 5%, 그럼 200명 정도잖아요. 중앙-권역 전문병원을 진작 설치했으면 인천까지 올 것도 없이 다 해결했어요. 메르스 이후 2016년, 2017년에 삽 떴으면 지금 병원이 존재할 거 아녜요. 너무 안타까워요. 제가 감염병 전문병원 용역 연구를 2년 심사했거든요. 계획이 아주 잘됐는데, 연구에서 끝났어요. 예산을 쥔 기획재정부가 관심 없고 국회가 관심 없어요. 이제야 추가경정예산에 (호남권에 이어) 영남권·충청권 2곳 정도 감염병 전문병원 초기 자금 예산편성을 한다는데, 나머지 권역은 어떻게 하나요? 거긴 감염병 안 생기나요? 참 갑갑해요.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서 과연 불가능한가? 할 때 같이 해야 하거든요.


감염병 병원 설치, 연구로만 끝나


이 원장 국민안심병원을 91곳 지정했다는데 이것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죠. 김윤 교수님은 재난시 1만 개 병상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씀하시잖아요.


김 교수 국민안심병원에서 계속 감염 사례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이름을 바꿔야 해요. 이름은 일단 논외로 하고요, 아무튼 1만 개라고 하는 건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전체 코로나19 환자가 5만 명이다, 그중 20%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이 1만 개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 후베이성만큼 환자가 발생하면 5만 명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 전체가 후베이성 정도 감염 수준이 됐을 때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그럼 전국에 1만 병상 동원 계획이 있는 게 좋겠다는 거죠.


만약 정부가 적절한 수의 중앙-권역 감염병 병원은 감염환자를 받고, 그 이하 병원은 다른 질병 환자를 보면서 유사시 감염환자를 맡아보도록 적절한 수준으로 지정해놓고, 보호복과 방호복을 정해두고 1년에 한 번이라도 훈련하는 시스템을 갖췄으면 혼란이 덜했겠죠. 어느 정부든 감염병 병원을 안 만들듯이, 그런 지정과 훈련 체계도 낭비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그런 일이 또 생기겠어? 내 임기 때 또 벌어질 일은 아냐’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대비해야 할 것을 대비하지 않고 불필요한 비용을 치르는 거예요. 코로나19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0.1~0.2% 내려간다는데, 0.1%면 20조원이에요. 지난 5년간 감염병 전담 병원 지정, 훈련, 물리적 동선 시스템에 2조원만 썼어도…. 신종 감염병이 반복해서 온다는 사실이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일인데도 왜 대비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돼요.


엄 교수 메르스 때 병원에서 확진자 186명이 생긴 뒤, 한국경제연구소에서 국내총생산(GDP) 10조원 줄었다고 했어요. 메르스 뒤로 매년 1천억원씩, 총 1조원만 투자해도 이렇겐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2009년 신종플루 백서, 2016년 메르스 백서를 꼭 한번 읽어보세요. 결론이 거의 똑같아요. 6년 사이 하나도 안 바뀐 거예요. 코로나19 백서 만들면 어떨까요? 조금 바뀐 게 있지만 거의 비슷할 것 같아요.


화 키운 지자체 “확진자 모두 입원시켜라”


이 원장 우리 메르스 대응 때 컨트롤타워가 많은 비판의 대상이었는데, 지난 50일을 복기해보면 이번 컨트롤타워는 어땠나요?


엄 교수 중국 우한에서 폐렴 발표가 있을 때부터, 우리나라 30번째 확진자가 나왔을 때까지 초기 방역 주축은 질병관리본부(질본)인데 이때만 해도 상당히 관리가 잘됐어요.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고, 위기소통도 잘됐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31번째 환자가 생겼을 때부터예요. 그때 질본과 범학회 대책위가 뭘 하고 있었느냐면, ‘퍼스트 웨이브 끝났고 세컨드 웨이브 어떻게 할까’ 일주일 정도 얘기하며 준비할 때 31번째 확진자가 나왔어요. 저희 단체대화방에서 ‘큰일 났다’ ‘너무 빨리 왔다’ 했어요. 세컨드 웨이브를 준비할 시간이 너무 없었던 거죠. 저희는 하루 추가 확진자 100여 명, 200여 명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900명씩 나오는 (신천지) 클러스터라 완전히 당황했어요. 그래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만들어지는 순간 (컨트롤타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질본은 메르스 이후 잘 훈련된 조직이에요. 조직 자체를 위기관리에 합당한 모델로 개편했고, 여러 훈련도 했고 여러 생각도 해왔던 조직이에요. 그래서 나름 역할을 잘했는데, 갑자기 격상되고 중수본이 만들어지면서 훈련되지 않은 분들이 엉키기 시작한 거죠.


이 원장 중앙과 지자체의 조율 문제도 있었죠.


엄 교수 중수본보다 더 큰 문제는 준비가 더 안 된 지자체였어요. 대구는 메르스 경험도 없고 감염병관리지원단도 지난해 처음 가동됐어요. 준비되지 않고 인프라(기반시설)도 없는 지자체와 훈련되지 않은 중앙정부가 결합해,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뒤 초기 일주일~열흘을 흘려보냈죠. 한 감염내과 교수가 대구에 내려갔어요. 저한테 밤 12시에 전화해서는 “(대구시 쪽이) 설득이 안 돼요, 상황 파악을 못해요” 그러는 거예요. 대구가 ‘확진환자 다 입원시켜라, 병원을 비워라’ 그런다는 거예요. 병원이 그렇게 쉽게 비워지나요. 병동 하나 비우는 데 일주일씩 걸려요. 대구에서 일은 터졌고 그 지역 4개 대형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는데, 자기네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병동을 비우라니 어떻게 비워요. 사망자가 생기니까 그제야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한테 도와달란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거죠. 일주일~열흘간 병원 소개와 정리를 안 하는 사이 너무 많은 환자가 나왔어요. 아무도 겪어보지 않은 특별한 위기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손발이 안 맞아 대응이 늦어진 부분이 많았어요. 초기 혼란이 마지막 유행 끝단에서 어떤 결과물로든 분명 후유증을 남길 거라고 생각해요.


메르스 때 시·도 질본 만들자고 했건만…


김 교수 지금 질본이 하는 건 역학조사를 중심으로 한 질병 통제예요. 주로 의심되는 환자를 찾아 확진하고, 밀접 접촉자를 찾아서 막는 역할이죠. 하지만 학교와 어린이집 문을 닫을 건지 말 건지, 선별진료소 몇 개를 운영할지, 입국 금지는 어떻게 할지 같은 문제는 비록 질본이 실행할 수는 없지만,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해서 실행해달라고 중수본에 요청해야 해요. 그럼 장관들이 모여 논의해서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을 믿고 결정을 내려야 하고요. 지금은 그런 종류의 문제를 질본이 판단해서 올리는 게 아니라 별도 검토를 해요. 그러다보니 상당히 정치적인 결정, 원칙 없는 결정을 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죠.


질본과 시·도의 관계를 보면, 메르스 사태 때 지금과 똑같아요. 보건복지부와 질본, 시·도와 시·군·구가 따로예요.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메르스 때 시·도 질본을 만들자고 했죠. 지방조직으로서 시·도 질본이요. 중앙 질본 같은 직위를 가진 조직을 만들자고 했는데 안 됐고, 그게 축소된 형태로 만들어진 게 시·도 감염병관리지원단이에요. 민간 전문가가 모인 자문기구인데, 의무사항이 아니니까 어디는 만들고 어디는 안 만들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중앙과 시·도의 역할 분담이 안 됐고, 시·도는 경험이 없으니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진 거죠.


대구 사태를 보면, 가령 대구 확진자를 어떻게 할 거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매뉴얼을 보면 확진자도 병원에서 치료할 증상이 없으면 자가격리나 별도 시설 격리가 원칙이에요. 대구에는 그런 종류의 매뉴얼도 없었고, 그런 매뉴얼을 아는 사람이 있더라도 훈련 안 된 지방정부가 이해하고 실행하기 어렵죠. 모든 상황이 새로운 상황에서 전문지식과 경험에 근거한 판단이 아니라 ‘각자의 상식’에 따라 판단하니까, 대구시처럼 ‘확진자를 다 입원시키라’는 일이 벌어지죠. 5천 명을 다 입원시키라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판단을 한 거고, 한번 내뱉었으니 거둬들이지 못하고 고집하는 사이에 중증 확진자가 입원을 못한 채 집에서 대기하다가 사망한 거예요.


이 원장 중증도 분류 지침이 너무 늦게 내려왔어요. 대구 병상도 중증환자만 따로 분류해 먼저 입원시켰어도 고위험군을 충분히 다룰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뒤늦게 지침이 나왔나요?


엄 교수 임상에서는 이미 중증도 분류 기준이 있었어요. 정부 대응 지침에 반영된 건 이번이지만. 사실 메르스 이후 그런 시스템이 구성되지 않은 건, 2016년 반짝 대책을 만들고 2017년부터 동력이 없었어요. (탄핵 등) 정치적 상황이 복잡해지고 정권이 바뀌면서 유야무야된 거죠. 그때 전문가들이 자조적으로 “(대형 감염병 사태가) 한 번 더 터지면 해결될 것”이라고 했어요. 지금도 코로나19 문제가 워낙 심각하니까 여러 대안과 개선점을 물어보는데, 사태가 정리되면 바로 그 ‘문’이 닫힐 거예요. 유행 기간에라도 얘기를 해놔야 해요.


관련자 징계 않겠다고 하면 안심하고 일할 것


이 원장 코로나19는 정말 변화무쌍합니다. 기민하게 진화하는 특징도 있고요.


엄 교수 감염내과 전문의를 겸손하게 만드는 바이러스입니다. 보통은 병이 심해질수록 전파력이 강해지는데, 코로나19는 초기에 전파력이 강해요. 제가 진료하는 환자 두 분이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은 완전히 깨끗해졌는데,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계속 (양성이) 나타나요.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가는 것 같아요. 방역 측면에서 안 좋은 점은 다 갖고 있어요. 그래서 팬데믹이 된다는 거고, 계절성 유행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제 의료 차원뿐만 아니라, 개학 등 일상의 문제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어차피 개학은 해야 하는데, 학교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오전반·오후반 2부제 수업을 권하고 싶습니다. 감염이 발생하더라도 절반은 보호할 수 있게요. 초·중·고도 빨리 온라인 수강 플랫폼을 구축해서 집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하고, 아무튼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좁고 환기도 보장할 수 없는 학원이 더 문제라고 보는데, 아무튼 정부와 교육 전문가들이 고민할 문제입니다.


김 교수 장기화에 대비해 현장에서 고생하는 분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합니다. 메르스 때 질본, 보건복지부 공무원 등이 징계를 받았어요. 굉장히 급박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선 대부분 시스템 문제예요. 개개인이 잘하고 잘못하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대통령이 “감염병 사태로 누구를 징계하지 않겠다” 선언하면, 현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기가 올라가고 의사결정 지연도 덜 발생할 것 같고요.


정리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이재호 기자 ph@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20-03-13 한겨레21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