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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원하는 6월이 남북 대화 재개 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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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작성일
2020-05-2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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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예리해지고 있다. 지구촌 각국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사람과 물자의 이동도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급격히 동력을 잃어버린 한반도 정세는 장시간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출구가 흐릿한 불확실성의 시기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새 이사장으로 취임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를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아시아태평양 핵비확산군축 리더십 네트워크’(APLN) 사무실에서 만나 남북관계와 국제정세 현안에 대해 두루 물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은 시점인데 남북관계 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남은 임기를 위해 되새김질할 만한 지난 3년간의 교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현재의 많은 문제점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시작이었다. 북한 입장에선 ‘영변 (폐기) 카드’를 미국이 수용할 것으로 봤는데, 미국은 그것을 거부하고 ‘선 해체, 후 보상’을 주장하면서 판이 깨졌다. 복기해볼 때, 남북관계가 진척이 안 되는 이유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명백하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한 것을 왜 남쪽이 이행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남쪽이 미국에 좌지우지되는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 남쪽과 얘기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 문제점은, 2017년 5월에 내가 특보로 임명됐을 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바로 재개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일부 언론을 포함해 엄청나게 비판했고 결국 (정부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달 보름가량 있다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기 시작했다. 그때 우리가 실기했다는 느낌이 든다. 두번째 실기는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 뒤 곧바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남북관계를 가동했어야 했다. 그런데 계속 안 했다. 2018년 11월 미국 쪽에서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자고 했고, 남북관계를 미국과 협의하면서 하나도 움직이지 못했다. 세번째로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을 보면, ‘6·12 싱가포르 선언’의 정신에 상응하는 조처를 미국이 취하면 북한도 영변 핵시설을 영구히 완전히 폐기할 용의가 있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우리가 주장한 것을 북쪽이 받아 하노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이다. 북한이 이 방안을 제시했을 때는 우리가 미국을 설득했을 것이라고 봤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그런데 그걸(미국 설득을) 우리가 못했다. 이 세 개의 결정적인 모멘텀을 놓친 것이다. 북한도 이해를 못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더 자율성을 가지려면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가져와야 한다. 전작권을 가져와 자주적인 군사태세를 갖추려면 3단계 평가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북한은 그걸 이해를 안 하려고 한다. 북한이 전향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원하고,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원한다면 우리의 입장을 이해하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 사실 이런 민감한 문제들을 협의하기 위해서도 남북대화를 해야 하는데 북이 나서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 3주년 연설’ 등을 통해 남북 방역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북한이 언제 호응할지 관심이 높다. “북한이 언제 나올지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당위론적으로 북한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얻었고, 이제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사업을 이전보다 쉽게 할 수 있다. 국회의 6월 개원에 맞춰 북이 화답을 해주지 않으면 두세달 지나고, 결국 8월로 접어들면 상황이 어려워지고 남북관계는 악화될 수 있다. 그러면 국민들 정서도 바뀌게 되고 민주당도 어떻게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6월이 호기라고 본다. 한국전쟁 70주년도 있고, 6·15 공동선언 20주년도 있으니 북한이 그것에 맞춰 의미를 부여해 우리와 대화에 나서야 새롭게 구성된 국회를 통해 남북관계를 활성화하는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섭섭하고 실망감을 가진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해야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그래서 판문점선언의 첫 화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는 선언을 두 정상이 되새기면서 빨리 대화가 이뤄진다면,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신안보위협의 등장을 계기로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 되레 격화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국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크게 보면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네가지 전망이 있다. 첫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이 내놓은 것처럼, 코로나 사태가 세계화의 종말을 가져와 나라마다 성곽도시처럼 돼버려 마치 신중세시대를 방불케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경우엔 민족주의, 자국 우선주의, 보호주의, 포퓰리즘으로 분열되고 단편화된 국제질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상당히 비극적이고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두번째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 같은 경우는 코로나19가 왔다고 국제질서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 지금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고 중국이 그것에 도전하는 양상을 띠는, 기존 질서의 현상 유지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에 악화된 현상 유지가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세번째 시각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승리하는 국가가 새로운 형태의 세계적 지도력이나 패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키쇼어 마부바니 싱가포르국립대학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세계질서를 지도할 것으로 보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중국이 아무리 애를 써봤자 구조적 힘의 한계가 있어 결국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네번째는 상당히 규범적인 주장으로,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로 싸우는 걸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고, 결국은 다자적 협력체계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의 권능이 살아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시각 중에서 어떤 관점에 동의하는가? “내 시각은 조지프 나이와 기본적으로 같다. 코로나 사태가 아주 심각한 문제고, 경제적 어려움을 가져오겠지만 결국 우리가 극복할 것이고, 치료제도 개발하고 백신도 개발할 것이다. 다만, 자칫 잘못해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힘을 합해 중국 때리기로 ‘황화론’을 제기하면서 황인종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상황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겠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미-중 대결이 아니라 새뮤얼 헌팅턴이 얘기했던 문명의 충돌 같은 것이 나올 수도 있다. 중국도 ‘황인종이여 단합하라’고 하는 아주 최악의 상황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 지점에 대해 상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질서의 근본적인 지각변동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뜻인 것 같다. “패권경쟁이라는 것은 중국이 패권국인 미국의 지위를 바꾸려고 하는, 정치학 용어로 하면 수정주의 세력이라는 것인데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힘이 압도적으로 우월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중국과 미국의 서열순위가 바뀐다고 보지 않는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이 20조달러를 상회하고, 중국은 13조달러정도 된다. 군사력을 보면 미 항모가 11척이다. 중국의 항모는 두척이고, 대부분 연안 방어 성격이 강하다. 미국의 보수강경세력들과 군산복합체들이 중국 위협을 부각해 자신들의 군사비 지출과 국방력 강화를 정당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국제적인 공조와 협력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이 그걸 이끌 국제적 리더십이 없다는 우려가 크다. “우려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매달 4천만달러씩 세계보건기구에 분담금을 내고 있는데 30일 안에 개선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영원히 지급 중단한다고 한다. 이건 미국의 국제노동기구(ILO)나 유네스코 탈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최근 미국이 주장하는 중국에 대한 혐의가 사실이라고 하면, 예컨대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환자 발생 숫자를 줄인다든가, 팬데믹 발표 시기를 늦추게 한다든가 하는 것들이 중국의 정치적 로비의 결과라고 한다면 중국도 국제적 리더로서의 정통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다음에 유럽연합 자체가 ‘콩가루’ 집안이다. 지도국가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런 데서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침 세계보건기구 이사국으로 들어가니, 우리가 어느 정도 힘이 될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외교적 기회이기는 하다. 여하튼 안보의 성격이 군사 안보나 경제 안보를 넘어 인간 안보나 지구촌 안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는 게 상당히 중요한데 아직 그렇게 된 것 같지는 않다.”

―지구촌 차원에서 인간 안보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이니 유럽연합, 아세안, 한·중·일 등 역내 이동이 많은 지역 안에서라도 일차적으로 공동의 신안보 대응 전선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도 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무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걸 제안했다. 그리고 곧 한·중·일 보건장관회의가 열릴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주도하는 전지구적 차원에서 이걸 다룬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그래서 유럽연합, 아세안, 한·중·일 등 다양한 형태의 기구들이 나서야 할 것이다. 지역별, 혹은 하위지역별로 아주 긴밀한 협의를 한다면 이걸 극복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고, 미래지향적이기도 하다. 코로나19의 변형이 앞으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데,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도 지역 혹은 하위지역별 공중보건협력은 의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사장으로서 재단 운영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새 이사장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이지만, 그동안 재단이 너무 관성적으로 움직여왔던 것 아닌가 한다. 이제 타성에 젖지 않고 새로운 추동력을 갖는 재단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재단이 갖는 특이점은 일부 돈 많은 기증자가 만든 게 아니고 3만2천명이라는 많은 시민이 참여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참여형 재단이었고, 앞으로도 참여형 재단으로 새로운 평화통일에 대한 의제를 제시하고 그걸 공론화하고, 그것에 대해 국민적 지지를 만들고 실천하게 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 싱크탱크가 되는 길을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만들어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선 사업 영역도 새롭게 넓히고, 기부하신 분들이 살아계시면 모시고 큰 잔치도 하고, 새로운 기부자들, 특히 젊은 세대를 참여시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회원 없는, 그리고 회원의 참여 없는 재단은 미래가 없다.”

글/이용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사진/한겨레 백소아 기자 yyi@hani.co.kr

2020-05-25 한겨레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