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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생존자들의 고통에 대한 이해가 없다”

작성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작성일
2018-01-18 21:07
조회
442


 

 

치유의 관점에서 본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

일본군 종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제국의 위안부>(박유하 지음, 뿌리와이파리 펴냄)를 ‘치유’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학문적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지난 12월17일 일본 교토 리쓰메이칸대학에서 열린 제3회 통일인문학세계포럼의 라운드테이블 ‘동아시아인의 기억으로 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로부터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제국…>의 역사서술에 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소통·치유·통합의 관점에서 분단 트라우마를 다루는 통일인문학 세계포럼의 취지에 맞게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치유의 관점’에서 <제국…>의 학문적 문제를 살펴본 것이다.

평가는 부정적이다. 김명희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제국…>을 영국 사회학자 스탠리 코언이 제기한 ‘부인의 정치학’이라는 관점에서 비판했다. <제국…>이 위안부 문제의 사건 그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본 사실은 부분적으로 인정하되 거기에 적용되는 해석을 달리하는 ‘해석적 부인’, 더 나아가 이를 정당화·합리화하는 ‘함축적 부인’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제국…>에서 “곳곳에서 일본 군인과 위안부의 애틋한 일상을 강조하고, 악마적 일본인 군인상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김 교수는 또 “한국과 일본에서 피해 생존자들을 지원한 세력을 폄훼함으로써 군 ‘위안부’ 운동이 열어놓은 연대관계를 해체”하는 것을 <제국…>의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성폭력과 국가폭력의 트라우마에 대한 최근 연구 성과가 보여주듯, “생존자는 결코 혼자 말할 수 없기에, 이들의 말하기 과정에는 반드시 지지자(방어자)의 도움과 동맹·상호연대가 필요하다”. 따라서 “생존자로부터 지원자를 분리시키는 행위는 궁극적으로 생존자를 ‘말할 수 없음’의 감옥 안에 다시 고립시키는 것”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제국…>이 ‘학문적’으로 잊고 있는 것이 있다”며 “그것은 피해 생존자들의 ‘고통’이라는 자명한 출발점과 이와 연루된 연구자의 위치성에 대한 성찰”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2000년 12월8~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여성국제전범법정에서 쇼와 일왕을 ‘범죄자’로 규정한 데 대해 <제국…>이 “사태를 악화시켰을 뿐”이라고 서술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따라서 역사적 사건이 남긴 고통을 역사적 책임과 인권의 문제로 공론화해온 생존자들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제국…>을 둘러싼 최근 논쟁은 ‘학문의 자유’보다 ‘학문의 책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우리 시대의 지식인들에게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케우치 야스코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명예교수는 <제국…>이 “일본 우익들의 위안부 부정 발언 등에 대해서는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등 10가지 <제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케우치 교수는 또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상처로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이 세상과 다시 공유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역시 <제국…>이 ‘피해자와 가해자 중 누구의 관점에 서 있는지’를 문제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교토/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