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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 제재 예외 치열하게 미국·유엔 설득 나서야”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9-12-09 14:06
조회
132


“남북관계가 미국의 동북아정책의 종속 변수가 되면 풀 수 없다. 치열하게 미국과 유엔을 설득하고 우리 주장을 관철하고 (대북 제재 등을) 뛰어넘어야 한다.” 최완규 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원장(사진)은 북-미 관계가 진전이 안 돼도 미국 눈치만 보지 말고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완규 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남북관계를 주도해야 할 통일부가 청와대 뒤에 숨은 듯한 모습이 안타깝다. 통일부가 대통령보다 앞서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국내 대표적 대북협력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고, 40년 동안 북한 연구를 해오며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이 설정한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이 다가오지만, 북-미 관계는 진전이 없고 양쪽이 다시 날카롭게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4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하며 올해 연말을 시한으로 정해 미국에 비핵화의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만약 새로운 셈법이 없다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지칭해 ‘로켓맨’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북한 외무성이 “위기일발의 시기에 늙다리의 망령”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슬쩍 걸치며 비난했다. 최 원장은 내년 남북관계, 북-미 관계를 2017년 회귀, 극적 타결, 현상 유지 같은 3가지 가능성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쏘던 2017년 이전으로 돌아갈 경우 북한을 다시 대화에 나오게 하려면 한국, 미국도 큰 비용을 내야 한다. 따라서 한국, 북한, 미국 모두 타협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최 원장은 “정부가 ‘대북 제재 때문에 못 한다’는 이야기는 그만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충분히 좋고 북한에 충분히 좋은 정책 옵션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통일부가 청와대 뒤에 숨은 듯한 모습이 안타깝다. 통일부가 대통령보다 앞서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원장은 자신이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지난달 미국에서 연 대북협력 국제회의 경험을 들려줬다. “이 회의에 참가한 국제 엔지오들은 국제법 변호사들에게 대북 제재 관련 법적 분석을 맡겼다고 전했다. 이들은 제재 해제 요청 품목을 작성해 미국 국무부, 유엔에 요청해 대북 제재를 극복한 사례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엔지오들이 대북 제재를 극복하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우리 통일부나 외교부가 남북교류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예외를 인정받으려고 미국과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얼마나 했느냐”고 문제 제기했다. 그는 대북 압박과 제재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 것이란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강압적 방법, 대북 제재가 북한 태도 변화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제재 만능주의가 북한을 협상의 장소에 나오게 하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인 햇볕정책이 나라 밖으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나라 안으로 이른바 퍼주기 논란 등 대북 정책 인식 양극화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남북관계가 파당적 논쟁에서 벗어나 담대한 전환을 하려면 국내 정치 지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런 문제의식을 담아 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이 지난달 서울에서 국제학술회의를 열어 대북 지원에 대한 이른바 ‘퍼주기 논란’의 적실성 여부를 경험적·이론적으로 정밀하게 분석하고 평가했다. 참가자들은 퍼주기 담론이 정치공세이고 여야 정치투쟁 때문에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회의에서는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의 증여(Gift) 개념을 통해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실증적·이론적으로 평가했다. 증여는 국제관계 또는 체제 간 관계에서 원조, 차관, 교류의 중단과 개시, 연설과 담론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북한이 남북관계, 북-미 관계에서 우리의 ‘조건 없는 선의’를 배반하는 경우는 없다는 게 최 원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한 남한과 미국의 결정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3차례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개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우리 위신, 국력에 걸맞게 미국과의 관계에서 할 소리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국내 정치 기반을 갖추고 최소한의 형식 절차를 만드는 등 대북 정책 공론화 노력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2019-12-09 한겨레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