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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당국, 민간협력 통 크게 열어 남북 빗장 풀길”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0-08-24 10:24
조회
52


대담: 민간단체가 보는 남북관계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왼쪽) 이주성 북민협 사무총장(오른쪽)

중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북한이 지난 1월 말 국경을 폐쇄한 지 7개월이 다 돼가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제재·코로나19·수재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쪽을 향해 굳게 닫았던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 사무총장과 이주성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사무총장이 북쪽의 내부 상황과 남북관계 국면을 진단하고 남쪽 민간단체의 중단기 역할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대담은 이용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평화연구소장의 사회로 19일 우리민족서로돕기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북쪽이 ‘삼중고’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심각성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가?

이주성(이하 이) 올해 1~2월 통계치를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북쪽의 대중 무역이 23.26% 삭감됐다. 3월에는 90%, 4월에도 90%가 줄었다. 대북제재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국경폐쇄까지 이뤄지면서 지난해보다 대중 무역이 상당히 감소한 것이다.”

홍상영(이하 홍) 북쪽은 중국과의 교역이 90%를 차지하는데 국경봉쇄로 수출도 못 하고 수입도 어려운 조건이 됐다. 게다가 국가적으로 비상방역지휘부를 만들어 강력하게 코로나19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내부에서의 사람이나 물자 이동이 막히면 장마당도 운영이 어려울 것이다.

―대중 무역이 이처럼 급감할 경우 북쪽에서 가장 타격을 받는 민생 분야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쪽이 수입 대체를 하자며 경공업 부문은 자체 생산으로 많이 돌렸다. 가방, 신발, 의류품, 식품, 과자류 이런 가공품 등은 수입 대체를 많이 했다. 하지만 문제는 원료들이 중국에서 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과자 같은 가공식품은 밀가루 등 원료들이 중국으로부터 오기 때문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고 가방이나 신발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이 북쪽의 곡물생산량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농촌진흥청이 북쪽의 지난해 곡물생산량을 464만톤으로 추산했는데 최소 연간 575만톤이 필요하다는 세계식량계획(WFP)의 추정을 기준으로 하면 111만톤의 식량이 부족한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외부, 특히 중국에서 들여오지 못한다면 식량 수급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해와 코로나19를 ‘두개의 위기’라고 명명했듯이, 황해도나 강원도 지역을 중심으로 수재 피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 견해로는 서쪽 곡창지대에 피해를 입어 어림잡아 50만톤의 곡물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이 예측이 맞는다면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쪽이 여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수확량이 받쳐줬기 때문인데, 이번 수해 피해로 곡물생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수해 복구를 포함해 여러차례 외부 지원을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버틸 수 있는 예비자원이 있을까?

그게 수수께끼다. 쿠바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잘 극복해내고 있는 사례처럼, 국가간 교역이 활발한 곳의 코로나19 타격은 심할 것이고 자급자족 형태의 나라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을 수도 있다고 본다. 상대적으로 북쪽이 우리보다 더 어려울 수 있지만, 견디는 힘은 강할 수 있다. 이 외부 지원을 받지 말라고 한 것은 자력갱생이라는 전략적 일관성 측면에서 이해할 수도 있겠다. 또한 고난의 행군 시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직과 개인의 대처 능력이 향상됐고 시장화를 용인하면서 식량이나 생필품에 대한 접근도 용이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고난의 행군 시기 어려웠던 또 다른 이유는 김일성 주석 부재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었다고 보는데, 지금 시기에는 정치적 안정에 대한 북한 내부의 신뢰가 있어 견뎌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런 시기가 길면 길수록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란 점이다. 내부 자원이 부족해 보이는 단적인 사례가 이번 수해에 전략예비물자를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내부적으로 물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다.

―북쪽이 외부 지원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인도적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북쪽이 받지 않겠다는데 왜 자꾸 준다고 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비판을 받더라도 정부와 민간이 일관된 메시지를 북쪽에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잘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은 여전히 신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이때 중요한 것은 일관된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응답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믿지?’라는 이슈와 함께 ‘북한이 우리를 어떻게 믿게 하지?’라는 이슈도 등가적으로 동시에 다뤄지고 고민해야 한다.

올해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모습을 보면서 남쪽에 대한 북쪽의 불신이 상당히 강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는 일정 정도 남쪽이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상호신뢰를 회복해 나가려면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노력도 해보고, 어려우면 정직하게 어렵다고 해야 한다. 안 되는 것도 된다고 하면서 가는 방식은 곤란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정부나 민간단체나 함부로 약속하지 말아야 하고,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새로운 돌파를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북제재가 워낙 강해 2018년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엔으로부터 제재 면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보자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양묘장 지원물자, 스마트팜 구축 농업물자, 코로나19 방역품, 병원 의료기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재 면제를 받았다.

―단순한 대북 지원을 넘어 개발협력 등의 틀로 가자는 움직임이 꾸준히 있었지만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

2015년 북쪽에서 인도적 지원이 아닌 개발협력으로 가자고 했다. 또한 판문점선언이나 평양공동선언에서 북쪽이 민간을 대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게 공리공영의 원칙이다. 파트너인 남쪽 사람들에게도 어떤 도움이 되느냐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의 북쪽의 변화가 있다. 다만, 5·24조처 이후 남쪽 단체들이 북쪽에 잘 못 가다 보니 변화상을 잘 몰랐던 것이다.

20여년 전엔 자연재해 때문에 지원을 받는 것 자체가 북한의 주요 과제였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런 방식의 외부와의 교류협력과 국가운영은 적절하지 않다는 내부적 판단이 있던 것 같다. 북쪽은 혁신적이고 기술적인 부분들, 자기 인민들의 눈높이로 볼 때 좋은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는 부분, 북쪽에 도움이 되지만 상대방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향의 협력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북쪽과 직접적인 교류가 안 되다 보니 남쪽 민간단체는 20년 전 교류 방식에 익숙해 있는 측면이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지금 남과 북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과 자연재해가 동시에 들이닥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전염병에는 국경도 철책선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따로 살겠다고 움직일 게 아니라 서로 같이 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 5천만개가 아니라 우선적으로 8천만개를 확보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만 받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지 않으냐. 그런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남북한 당국 모두가 민간협력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만 되면 모든 게 잘 풀릴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민간협력은 정치적 상황과 상관없이 움직여야 하고, 남북 지도자들은 통 크게 민간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민간의 사업은 신뢰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신뢰를 만들기 위해 사업을 한다. 국제사회도 인도적 차원의 민간사업에 대한 대북제재는 전면적으로 해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먹이자고 하는 사업, 평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업에 제재가 걸림돌이 되는 것은 비극이다.

이용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yyi@hani.co.kr

2020-08-24 한겨레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