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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작지만 빠른 변화…‘사회적 경제’ 새로운 경협 실험 가능

작성자
admin
작성일
2021-03-02 14:33
조회
58

대담: 사회적 기업의 남북 경협, 도전과 상상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남북관계가 지리한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멈춤’은 누군가에겐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탐색과 준비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서울 성수동 ‘소셜 밸리’에는 새로운 남북 경제협력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구상은 이제 갓 시작 단계다. 하지만 수익만을 좇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그렇다고 당위만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전의 남북 경협 접근 방식과는 또렷한 차이가 있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월5일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소셜 벤처 업계의 맏형 격인 도현명(38) 임팩트스퀘어 대표와 한상엽(37) 소풍벤처스 대표에게 새로운 남북 경협을 향한 도전과 상상, 고민을 들어봤다.






―소셜 벤처와 사회적 기업, 사회적 경제, 임팩트 투자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도현명(이하 도) 그동안 경제활동, 시장을 얘기할 때 사회가 고려되지 않았다. ‘사회적 경제’는 취약계층 고용이나 환경 등과 같은 사회적 요소들을 고려한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은 불편해지고 조금은 더뎌질 수 있지만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경제활동을 하자는 것이다. 이 가운데 ‘사회적 기업’은 비즈니스가 가지고 있는 혁신성과 지속가능성을 사회문제 해결의 도구로 부여하는 조직이다.초기에는 비영리에서 출발했으나 이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들기 위해 ‘기업’ 형식을 도입하는 흐름이 1970년대 미국과 유럽 일부에서 나타났다. 여기에 대규모의 문제에 대응하고 혁신성을 더하기 위해 리스크를 지는 조직들이 생기면서 기업과 벤처의 구분처럼 사회적 기업과 ‘소셜 벤처’의 구분이 생긴 것이다. ‘소셜 벤처’는 적자가 많이 발생할 수 있어 투자자가 합류해야 한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한 투자 요소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를 지칭한다.”



―소셜 벤처나 사회적 기업 가운데 남북 경제협력에 관심이 있는 곳이 있는가?

 남북 경협은 우리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아직은 극소수의 경우만 있다.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곳은 제가 알기로 2~3곳 정도 있고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5~6곳 정도 된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대부분 오스트레일리아(호주)나 중국을 통해, 즉 다른 외국인의 도움을 통해 접근한다.”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기업과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어떤 곳인가?

 적극적 모색을 하는 2~3개 기업은 모두 소득과 관련돼 있다. 한 곳은 아직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협동조합을 만들어 농업이나 손으로 만드는 제조업을 여성 중심으로 하려고 하는 곳이 있다. 또한 북한 생산품이 해외에 꽤 있는데, ‘메이드인 파키스탄’처럼 개발도상국 생산물같은 느낌밖에는 주지 못한다.따라서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평화적인 느낌과 ‘현지 사람을 돕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북한 생산물을 만들고 싶어하는 호주인과 한국인 팀이 있다. 실제로 멤버 중 한 명은 재작년에 북한을 방문했다.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태양광 쪽이다. 북한을 포함한 대부분의 개도국은 대형 냉장고나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는다. 전구나 작은 전열 기구 사용, 핸드폰 충전 수준이라 2~3m짜리 태양광 패널만으로도 충분하다. 실제 중국과 국경을 접한 북한 지역에 중국산 저가 패널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거나, 탈북청년과 창업을 하는 내국인 및 외국인들을 모아 아산나눔재단에서 ‘아산상회’를 하고 있다. 참여자 절반 정도가 외국인인데, 기본적으로 이들은 접근성 자체가 다르다. 사고하는 방식도 다르다. 우리는 북한을 바라보면서 복합적으로 생각하는 반면 외국인들은 좀 더 가깝게 생각하는 측면도 있고, 또 한편으론 북한을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보고 가는 창업자들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북한의 농산물이나 수공예품 등을 가져다가 판매하는 등의 아이디어들은 계속 나온다. 그러나 접근성은 확실히 떨어진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성동구 공유오피스에서 진행된 ‘사회적 기업의 남북 경협, 도전과 상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6·15남북정상회담 이후 본격화된 남북 경협은 정치적 변수나 경협 내부의 작동방식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셜 벤처나 사회적 기업이 정체된 남북 경협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두가지 관점에서 설명하고 싶다. 소셜 벤처 쪽에서 처음 남북 경협 논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8년 대기업 총수들의 평양방문이었다. 다음세대이기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인 사회적 기업의 대표들이 갔다면 가볍게 움직일 여지도 있고, 비영리 기업과의 협업도 수월해 좀더 가능성을 만들 수 있지 않았겠냐는 생각을 했다.두번째로, 탈북민 출신을 지원하다 보니 북한에서도 규모는 작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북한은 중국과 가까워 변화속도가 아프리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따라서 이 영역에 관련된 새로운 시도, 새로운 방식의 도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기본 원리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커피 한잔에 7,8천원하는 대동강 카페거리가 있고, 장마당도 있다. 북한이 점차 개방된다고 했을 때 욕망과 경쟁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자본주의 경제나 시장경제보다는 사회적 가치가 고려된 형태, 즉 사람의 얼굴을 한 ‘사회적 경제’ 접근을 하는 것이 북한의 위정자나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도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사회적 기업은 이익과 여러 사회적 가치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철학이다. 이 철학을 가진 주체들이 접근했을 때 북한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고, 경제 성장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최소화하며 새로운 실험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애초부터 ‘플랫폼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플랫폼 경제 같은 것들을 설계할 여지가 많은 것 같다. 소셜 벤처들이 초기 모델이나 재료들을 공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현재 소셜 벤처나 사회적 기업들이 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남북 경협 분야가 있는가?


 환경은 기술과 자본이 필요해 현지 투자가 가장 어려운 분야다. 개도국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고 외부에서 들어가 일종의 지사처럼 자리를 내리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북한에서도 영어에 따라 소득이 달라져 영어공부가 알음알음 많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것을 풀어낼 수 있다면 교육이 훨씬 더 빠르게 사회를 변화시킬 근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이야말로 의식주와 함께 전세계가 보장하려고 하는 기본 권리이고 가장 중요하다.또한 에너지 분야에 주목하고 싶다. 사회문제를 어떤 맥락에서 어디부터 해결하느냐는 것이 효과적이냐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다. 미국에서는 ‘임팩트 게놈’이라고 부를 정도로, 게놈 지도처럼 사회문제를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똑같지는 않지만 아프리카 등의 국가들 상황에 비춰 북한을 봤을 때 에너지가 있으면 중국의 값싼 전자제품이나 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생산성을 높이고 교육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결국 북한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준비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유리하고 북한의 사회문제 해결에 가장 효율적일 전환점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북한의 뛰어난 정보기술(IT) 역량에 관심이 많다. 기업인들도 2018년 북한을 다녀와서 ‘단번 도약’이 가능할 것 같다는 긍정적 평가를 했다. 상하이만 해도 서울보다 기술적으로 진보해 있다. 기존 산업단계 방식을 거치지 않고 단번에 갈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술적 접근을 통해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으면서도 비용도 저렴하고, 수혜는 많이 볼 수 있는 접근 방식에 모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북한 경제가 성장하면 개개인성이 나오기 시작할 거고, 그 개개인성이 가장 먼저 표출되는 것은 사유재산 형태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핀테크 같은 금융으로 가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모빌리티(이동수단)는 확실히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모빌리티는 인간다운 삶과도 연결될 수 있고 이동권이라도 기본권도 있고 전기차 같은 환경문제와 연결될 수도 있다. 그렇게 새로운 인프라를 까는 과정에서 우리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뛰어넘으면서 북한이 혁신의 실험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으면 전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농식품은 제일 전도유망하다고 본다. 기후변화로 재배적지가 자꾸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과거엔 대구 경북 사과를 최고로 쳤는데 지금은 강원도 양구사과가 가장 비싸게 거래된다. 북한도 이전에 가능하지 않았던 농업들이 점점 가능해지고 있어 미리 선제적으로 준비하면 남한의 선진농업기술과 북한의 기후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에서 실제 엑셀러레이팅(지식 및 경험 중심의 스타트업 지원)을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구상해 본 적이 있는지?


 ‘엑셀러레이팅’은 보통 몇 개월 걸리는 구조다. 그런데 북한에 가서 몇개월 있을 수 없다. 미국에서도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특정 지역에서 엑셀러레이팅을 할 때 다른 지역 사람이 와서 1~2주 정도 합숙하는 캠프 방식으로 극복한다. 평양에서도 일주일 정도의 단기 ‘엑셀 캠프’를 생각할 수 있겠다. 실제 미국의 평화봉사단이라는 비영리 재단과 평양 엑셀 캠프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있다. 평화봉사단이 앞에 서지만 언어의 어려움이 있어 실제 사업 진행은 한국의 소셜 벤처들이 들어가서 하는 컨셉으로 논의했다. 통일부와 면담을 하기도 했지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무산됐다. 북한의 반응이 있었던 건은 아니다.북한 스타트업을 설명하면 사람들이 굉장히 어이없어한다. 북한에 카메라 앱인 `스노우'가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그런 욕구가 있고 다운로드가 10만이 넘는다는고 해도 안 믿는다. 대리점 가서 블루투스를 통해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그런 환경에서 10만 다운로드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엑셀러레이팅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은 된다고 본다.


 하나만 첨언하자면 여성기업가가 강조가 많이 되면 좋겠다. 국내 창업생태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남성 중심이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국내 여성 투자자도 10%도 안된다. 실제 북한 장마당에서 여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획부터 여성기업가를 중심으로 할 수 있으면 창업생태계, 금융까지 성평등을 고려해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가치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의 관점에서 볼 때, 남북 경협은 ‘평화와 공존’이라는 가치의 측면에서 보면 명분을 획득할 수 있지만,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투자자본 회수도 불확실하고 회수를 하더라도 상당한 장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투자 손실 혹은 장기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감내할 만한 자본 인프라가 국내외적으로 형성돼 있다고 보는지.


 자본 회수 문제는 어떤 돈이 들어오느냐와도 관련이 있다. 실제 뉴욕에 있는 한 엑셀러레이터는 우간다 난민캠프에서 엑셀레이팅하는 데 두가지가 없다고 한다. 정치적 안정성도 없고 난민캠프이기 때문에 그들이 국적자가 아니라 주식회사도 못 세운다. 그래서 심지어 차용증을 받고 빌려주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처음에는 난민을 돕고자 한 선한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1년 뒤에 배당, 이자 형태로 갚는 구조가 생겨났다. 물론 ‘그런 기업가를 찾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변수가 많지만 이런 구조를 만드는 게 어렵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이런 자본은 존재한다고 본다. 개성공단에 들어간 기업들도 다 자기자본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지 않은가. 미국 출자자들은 자본을 끌어오려면 한국의 화장품, 한류 콘텐츠, 아니면 북한을 하라고 얘기한다. 내 자본이 북한을 여는데, 혹은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사회적 가치다. 그래서 자본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자본은 넘치는 데 자본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설계를 해야 하고, 구조설계를 하려면 정치적 외교적 관계를 보장해야 한다. 다들 어느 시점에 들어갈까 대기하고 있는 것 같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성동구 공유오피스에서 진행된 ‘사회적 기업의 남북 경협, 도전과 상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번외 질문인데,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투자 유치나 해외 교류 등은 어떤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을까?


 흥미로운 데이터가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였다. 소셜 벤처 투자 등에 대한 흐름도 비슷하게 가고 있다. 사회문제가 심각해지면 그 문제를 혁신성을 통해 풀려고 하는 반작용도 그만큼 강해지는 것 같다. 전대미문의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여러 솔루션 등에 대해 열어놓고 생각하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자본은 미래를 보고 투자한다. 2~3년 후, 혹은 4~5년 후를 보고 한다. 2~3년 후 코로나가 지난해 만큼의 충격은 주지 못할 것이다. 지금 선제적으로 투자를 해서 몇 년 후를 진행하는 기업은 어디인가, 코로나가 준 기회가 무엇일까, 이런 문제의식이 투자자나 창업가에겐 더 중요해진 것 같다. 클럽하우스(앱)가 대표적이다.


 명확한 기회의 틈이 생겼다. 새로운 조직들, 스타트업들이 이 틈에 대응을 잘했고,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비대면으로 인한 삶의 양식 자체가 변하고 있어 그런 서비스와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고, 전 세계적인 투자금이 가장 많은 시기에 살고 있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시 흐름을 타고 사회적 가치로 자본이 몰려들기 때문에 훨씬 더 긍정적이다. 해외 교류도 훨씬 융통성이 생겼다. 예전에는 파트너를 만나야 하면 무조건 오프라인으로 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니까 대부분 이제 온라인을 기본으로 생각한다. 완전 다른 세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소셜 벤처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올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농식품, 환경, 기술, 로컬(지역)을 꼽고 싶다.


 ‘멘탈헬스케어’(정신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다. 원래 쌓여있던 스트레스에 ‘코로나 블루(우울감)’가 얹혀져 기존 시장으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잘되는 상담사는 6개월, 1년을 기다려야 하고, 안되는 곳은 쫄쫄 굶고 있다. 다음으로는 환경이다. 최근에 투자한 5개 기업 모두 환경 쪽이다. 노인 문제도 관심이 많은데, 기후변화처럼 확정된 미래임에도 답이 없다.


사회 이용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정리 김지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간사 yyi@hani.co.kr



2021-03-02 한겨레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