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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로켓 발사 이후/이춘근] ‘북 장거리 로켓’ 기술적 의미

작성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작성일
2018-01-18 19:38
조회
238
[한겨레 2009-04-07]
평양 조선혁명박물관에 전시된 북한의 광명성1호 위성 모형과 중국의 위성 동방홍1호(왼쪽 위 작은사진).

“2-3단 분리·고체엔진 점화기술 부족”

중국 ‘장정1호’ 닮은꼴
1-2단 액체…3단 고체연료
궤적 비슷하지만 속도 더빨라
후발국 기술추격 전형적 사례

궤도진입 실패는…
값비싼 지상설비 갖추거나
발사 반복해야 극복 가능
사거리 증가 상당한 성과

지난 5일 발사된 북한의 로켓이 3200km를 날아가 태평양 한가운데에 떨어졌으나, 의도했던 위성의 궤도 진입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탄도미사일의 관점에서 보면 상당한 사거리 증가가 있었다. 그러나 위성체로 보았을 때에는 또다시 실패했다. 기술적으로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현 시점에서 이를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으나, 지난 5일 발사된 북한의 대포동 2호(북한명 ‘은하-2호’)와 중국이 1970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사용했던 장정 1호를 비교하면 상당히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 대포동 2호: 이란과 다르고, 중국과 비슷 대포동 2호와 장정 1호는 모두 액체로켓 1단과 2단, 고체로켓 3단을 사용했다. 액체연료는 장정 1호가 디메틸히드라진(UDMH)과 질산을 쓴 데 비해, 대포동 2호는 케로신과 질산을 쓴다. 자력갱생에 치중하는 북한 처지에서, 독성이 강하고 생산이 어려운 디메틸히드라진보다, 간편하고 쉽게 얻을 수 있는 케로신을 사용한 것은 자연스럽다. 상온저장이 가능하므로, 복잡한 설비들을 따로 갖출 필요도 없다.

1단 로켓은 모두 기본형 엔진 4개를 묶은 형태이고, 직경도 2.2~2.4m로 거의 같다. 길이는 대포동 2호가 장정 1호보다 약간 긴데, 이는 북한이 독자 개발한 2단과 3단이 중국 것보다 길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켓의 비행특성이 유사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북한은 대포동 2호가 발사 뒤 9분2초 만에 위성을 근지점고도 490km에 진입시켰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장정 1호가 9분39초 만에 439km에 진입시킨 것과 거의 유사하다. 북한이 약간 빠르게 높은 고도에 진입시킨 것은 역시 2단과 3단이 중국보다 우월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대형 우주발사체 개발 유형

궤도진입에 실패했지만, 북한이 성공했다고 발표한 인공위성도 중국의 동방홍 1호와 유사하다. 중량 100~200kg에 400~500km의 저궤도를 돌고, 방송장치와 온도, 압력, 지구와의 거리 등을 측정하는 장치, 송수신장치를 달고 있는 것도 유사하다. 태양열 전원을 장착했는지는 불투명하다. 내부 장치들이 단순할 경우, 위성 표면에 부착하는 태양광 발전장치만으로도 1~2년 정도의 수명을 보장할 수 있다. 중국도 1971년 장정 1호로 발사한 실천 1호 위성에 이를 적용하였다.

한편 북한의 로켓은 지난 2월 오미드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킨 이란의 사피르 2호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사피르 2호는 길이 22m, 직경 1.25m에 2단 액체엔진을 사용했다. 3단 로켓이 없고 연료 탑재량이 적으므로, 탑재하는 위성도 작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란은 근지점 궤도 245.5km에 중량 27kg의 소형 인공위성을 진입시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만약 북한이 이번에 위성 진입에 성공했다면 성취도 면에서 이란을 크게 앞지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로 볼 때, 북한의 대포동 2호는 중국에서 검증된 장정 1호 로켓기술을 바탕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북한 내부적으로 개조를 한 것이며, 이는 후발국 기술추격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98년에 발사된 대포동 1호와도 다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 위성진입 왜 실패했는가? 그러면 중국에서는 성공했는데 북한에서는 왜 실패했을까? 북한의 로켓이 중국과 유사한 1단에서는 성공했으나 독자 개발한 2단, 3단에서는 실패했다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중국도 1960년대 중반에 엔진 4개를 엮는 기술과 각개 엔진 추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으나, 이를 활용해 장정 1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1단과 2단, 2단과 3단의 연결과 고공분리기술, 2단과 3단 엔진의 고공점화기술, 비행 중의 단 분리로 길이가 계속 줄어드는 로켓의 자세 제어와 유도 기술 등을 갖추어야 했다. 특히 정상비행 상태에서의 단 분리와 고공점화기술은 오랫동안 중국의 과학기술자들을 괴롭힌 핵심문제였다.

당시 중국 과학자들은 1단 분리와 2단 분리에 각각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1단과 2단의 분리에서는 추력을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1단을 떨어뜨리기 직전에 2단 엔진을 점화시키는 방법(열분리, Hot Separation))을 사용했고, 2단과 3단의 분리에서는 2단 엔진 정지 뒤 약 200초간 활공하며 2단을 분리한 후 3단 엔진을 점화하는 방법(냉분리, Cold Separation)을 사용했다. 3단 엔진과 위성은 폭발볼트로 연결한 뒤, 정해진 시간에 폭발시켜 분리했다.

3단 고체엔진의 고공점화는 또 다른 난제였다. 공기와 압력이 극히 희박한 수백km의 고공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엔진에 점화하는 것은 지상에서의 점화와 크게 다르다. 고속비행 상태에서 추진제가 한곳으로 몰리거나, 추진제에 고르게 분산돼야 할 알루미늄 금속 등의 첨가제가 고속 회전으로 침전하는 등의 특수한 문제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중국 과학자들은 이를 해결하려고 고공에서의 상황을 재현할 수 있는 각종 실험 장치들을 제작하고 다양한 실험을 수행했다.

이번 북한의 로켓발사 실패를 보면 중국이 장정 1호 개발과정에서 겪었던 난제들이 재현되는 느낌이다. 2006년의 실패는 단 분리뿐 아니라 엔진제작과 추력 조절, 자세제어 등의 다양한 문제들을 거론할 수 있으나, 1998년과 이번의 실패는 2단과 3단의 분리기술 또는 3단 고체엔진의 고공점화기술 부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런 기술들은 고가의 지상실험 설비들을 갖추거나 수많은 발사실험을 통해야만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다.
북한 은하2호의 유사한 중국 장정1호 로켓 구조

■ 향후 기술수준 전망 이로써 북한이 중국의 경험을 통해 대추력의 1단 로켓을 개발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자체적으로 개발한 2단 액체엔진, 3단 고체엔진과의 시스템통합, 그리고 고공에서의 성능 발휘에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부분적인 기술 추격으로 상당한 성과를 올렸으나 국내기술과 설비의 부족으로 종합적인 성능 발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연관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개발도상국들이 특정 분야에서의 기술 도입으로 첨단기술 제품을 개발할 때 자주 나타난다. 2006년의 핵실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1단과 2단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단 분리에도 성공해, 1998년에 비해 사거리가 대폭 증가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패를 통해서도 많은 교훈을 얻는 만큼, 북한이 이른 시일 안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위성의 궤도 진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역시 수년간의 노력을 통해 이러한 난제들을 극복하면서 173kg급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고, 수년 후에는 저궤도에 800~1,000kg, 태양동기궤도에 350kg의 위성 발사능력을 가지는 장정 1호D로 개량했다.

어쨌든 북한이 이번에 성공했으면, 인공위성 자력발사 세계 10위가 되는 것이었다. 좀더 면밀한 기술적 검토가 이루어지겠지만, 알려진 대로 실패가 확실하다면, 2009년 국내 최초의 우주발사체 발사를 앞두고 있는 한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국내 최초의 우주발사체 KSLV-1의 성공을 기원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한겨레평화연구소 연구위원>
* 이춘근

현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남북협력팀장이다. 1959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중국 북경사범대학에서 비교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과학원과 북경대학에서 사회주의 과학기술체제와 정책을 연구하였고,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핵무기와 비확산분야를 연구하며 세계적인 비확산 전문가들과 교류경험을 쌓았다. 주요 저서로 <북한의 과학기술>(한울아카데미 펴냄)과 <과학기술로 읽는 북한핵>(생각의 나무 펴냄) 등이 있다.
원문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3483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