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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동의 동서횡단] ‘대포동 2호’ 허세와 호들갑

작성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작성일
2018-01-18 19:39
조회
254
[한겨레 2009-04-04]

프리먼 다이슨 프린스턴 고등학문연구소 명예교수는 양자전기역학 이론의 산파역인 ‘슈뢰딩거-다이슨 방정식’을 만들었고, 리처드 파인먼과 줄리언 슈윙거, 도모나가 신이치로가 1965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공동수상자를 세 명으로 제한하는 규정만 없었다면 다이슨도 그 상을 함께 받았을 거라는 얘기도 있다.

그의 회고록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미국 무기통제 및 군축기구(ACDA)에서 일하던 1962년에 ‘쿠바 미사일 위기’가 터졌다. 결과적으로 존 케네디 정부의 단호한 대처가 효과를 발휘했으나 다이슨은 그때 미국 내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게 과연 최선이었는지엔 의문을 표시한다. 그는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한 소련의 시도는 힘을 과시하려는 선전용이었을 뿐 실질적 위협은 아니었다고 봤다. 말하자면 약점을 감추려는 허세였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정보력과 공격용 미사일 등의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미국의 과잉 대응은 어리석었다고 다이슨은 지적했다. 그가 보기엔 허세를 부리도록 그냥 내버려두는 역이용 전략을 채택했더라면 비용도 덜 들고 무엇보다 소련 군사력을 그 허세 수준에 안주하게 함으로써 미국 안보에 훨씬 유리했다. 당시 소련이 구축하려 했던 탄도탄 요격미사일망에 대해서도 그는 별것 아니었다며, 소련이 그걸로 계속 허세를 부리도록 미국이 오히려 조장해야 한다고 그때 주장했다. “소련 지도자들에게 탄도탄 요격체제를 포기하라고 하면, 미국한테 무해한 허세를 통한 방어를 포기하고 그들이 가진 방대한 기술적 자원을 쏟아부어 훨씬 더 위험하고 군사적으로 유용한 무기체계를 개발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다이슨은 그런 내용의 비망록을 군축기구 책임자에게 넘겼으나 미국 국내 정치 사정상 그게 통할 리 없었고 그의 비망록들은 군축기구 문헌 더미 속으로 사라졌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둘러싼 미국, 일본 등의 대응을 보노라면, 그들이 역사의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다이슨의 비책을 다시 끄집어내어 이제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와이나 미국 서부해안 지역에 도달할 것이라는 둥 일본 열도에 떨어질 수도 있으니 요격하라는 둥 북한 미사일인지 위성발사로켓인지에 대한 미국·일본 쪽 소동은 어쩐지 몹시 어색해 보인다. 만에 하나 그게 사실일지라도 북한은 거기에 비하면 유아기에 불과한데 핵·미사일 기술 초대국이자 무장세력인 미국·일본에 실질적 위협이 될까.

1998년 8월31일 이른바 대포동 로켓 발사소동 때 지금 총리가 된 아소 다로였던가, “전후 50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라며 환호작약했다. 아소는 그 뒤에도 북한 핵·미사일·납치문제를 일본 재무장을 위한 ‘절호의 찬스’로 활용해왔고 네오콘을 비롯한 미국 매파들은 절묘한 타이밍의 ‘북핵·미사일 위기’ 발표로 그들을 도왔다. 이명박 정부는 그들한테 매달리고 있다.

‘대포동 2호’ 발사소동에서 선도 떨어지는 기시감을 또 느낀다면 안보불감증인가. 북한 역시 그걸 알고도 그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허장성세라는 건 이미 세상이 다 안다. 허세 그만 부리기 바란다. 다이슨이 웃겠다.

<한승동 한겨레 선임기자/한겨레통일문화재단 연구위원>


원문??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478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