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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브리핑/김연철]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과연 뭐라고 할까?

작성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작성일
2018-01-18 19:39
조회
238
[프레시안 2009-04-08]

"南 PSI 참여하면 北 남북해운합의 파기할 것"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 국제사회가 시끄럽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은 예측가능하다. 안보리에서 논의 결과야 중국과 러시아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적당히 타협할 것이다.

남은 것은 한·미·일 3국의 독자적인 제재다. 일본이야 이미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 제재라고 해봐야 별 게 없다. 미국 역시 말은 강경하나, 6자회담 재개라는 앞날을 고려해 행동에는 신중한 편이다.

한국은? 느닷없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들고 나왔다. 한국은 이미 PSI에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8개항 중에서 참여하지 않았던 PSI 훈련 정식 참여, 역내·역외 차단 훈련시 물적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따져볼 필요가 있다.

北이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문제

PSI를 둘러싸고는 참으로 말도 안 되는 황당한 논리들이 넘쳐나고 있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첫째, 외교부는 PSI 참여가 '글로벌 외교'라고 하면서,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목적인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마치 한국은 지금까지 국제적인 확산방지 레짐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듯 한 느낌이다. 과연 그런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에는 PSI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한국은 민감 품목의 이중용도를 규제하기 위한 바세나르협약 회원국이고, 미국의 수출관리령에 따라 엄격한 전략물자 반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화학무기 협정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다양한 비확산체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국제법적 논란이 있는 PSI와 관련해서도 정보공유나 역내외 훈련 참관을 하고 있지 않은가?

역내외 차단 훈련시 물적 지원이란 결국 한반도 주변해역에서 벌어지는 해상훈련에 한국이 참여한다는 말이다. 훈련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닌데, 훈련참여가 얼마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둘째, 정부는 PSI에 전면 참여해도 긴장이 조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정부의 주장은 북한 선박이 우리 영해에서 대량살상무기 관련 의혹 물자를 운반하지 않는 한 검색할 수 없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설명 한 마디로 해상봉쇄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북한이 미사일 부품을 비롯한 의혹 화물을 싣고 우리 영해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이 그런 의혹 화물을 싣고 부산항을 비롯한 주요 항구에서 환적할 가능성은 더욱 없다. 그러면 의문이 든다. 그럴 가능성이 없는데, 왜 한반도 주변해역에서 차단훈련을 해야 하는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PSI 전면 참여가 긴장을 조성할 것이라는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PSI 훈련을 하면, 거기에 한국이 물적 지원을 하면 북한은 그것을 어떻게 규정하고 대응할 것인가, 그게 문제인 것이다.

얼마 전 경험했지만 북한은 통상적인 군사훈련에도 강력하게 반발했다. 키 리졸브 훈련을 할 때 개성공단 출입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그런데 실질적인 해상봉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해상봉쇄 상황을 가정한 해상에서의 군사훈련을 하면서 북한과 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PSI 훈련 장면 ⓒ로이터=뉴시스

北, 남북해운합의서 파기로 맞설 것

핵심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정부는 PSI와 남북해운합의서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병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건 정부의 생각이다.

물론 목적이 다른 것이 맞다. PSI는 말 그대로 확산방지를 위한 것이고 해운합의서는 그야말로 해운 분야의 협력에 관련된 합의서이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이 PSI에 전면 참여를 선언하는 순간 남북해운합의서를 파기할 것이다. 남북해운합의서란 무엇인가? 2001년 9월 제5차 장관급회담부터 논의해서 2004년 6월 정식 서명했고, 2005년 정식 발효된 것이다.

그 주요 내용은 ① 남북 각각 7개항 구간 항로 개설 ② 항만에 기착하는 상대측 선박에 대한 동등 대우 ③ 해상 사고시 상호 협력 ④ 해사 당국간 통신망 개설 등이다. 이러한 합의사항에 따라 남북 항로는 그동안 제3국 선박을 이용하던 부정기 항로에서 공식항로로 전환했다.

중요한 것은 이 합의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합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남북한은 1999년과 2002년 서해에서 군사적 충돌을 경험하면서 해상에서의 통신 협력을 통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남북해운합의는 남북 군사당국간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합의'를 채택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해운합의서가 파기되면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합의도 무효화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서해에서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남북해운합의서가 파기되면 항로 변경 때문에 경제적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북한의 제주해협 통과의 경우, 53해리의 거리단축과 12노트 항행기준으로 소요시간이 약 4시간 단축되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과거 중소기업 중심의 대북 위탁가공 사업은 임가공료가 국내의 1/3~1/4 수준이지만 수송비가 상대적으로 높아 경제성이 떨어졌었다. 그러나 남북해운합의로 외국 국적의 선박을 용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연간 30억 원 이상의 용선료 해외유출을 방지할 수 있었다.

또한 북한산 모래 반입, 지하자원 수송 등에서 과거처럼 공해로 나가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직항로를 이용함으로써 그만큼 수송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부산항으로 오는 동해 항로도 마찬가지다.

금강산 관광 유람선이 처음 출발하던 때를 기억하는가? 한참 공해로 나갔다가 다시 북한 영해로 진입했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시간과 비용이 크겠는가? 동시에 남북간 운항 선박의 안전보장, 구조 구난체계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만큼 선박 운항의 불확실성이 증대된다. 북한 인근의 동해 수역에서 해상 사고가 났을 때 직접적인 구난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한편, PSI 논의와 관련해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문제가 논란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통과 선박과 관련해 북한을 출발해 제3국으로 운항하는 선박이나, 제3국에서 북한으로 운항하는 선박은 제주해협을 통과할 수 없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제3국으로 향하는 민간 선박의 통과를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PSI의 취지와 의미를 고려해 허가하지 않았다. 동시에 군함, 정부측 선박, 어선 등도 합의해야 통과할 수 있다. 그냥 통과하는 건 화물선에 한정되고 있다.

왜 지금까지 의심선박에 대해 정선, 승선, 검색 등의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비판도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북한 화물이 석탄, 시멘트, 식량 등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의아해 할 보즈워스의 표정 '안 봐도 비디오'

과연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의 PSI 전면 참여를 어떻게 생각할까? 조지 부시 행정부 초기라면 대환영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미국 국방부 등은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하고 앞으로 3단계 핵 폐기 협상에서 평화체제를 비롯한 한미간의 협력이 필요한 입장에서, 동북아에서 중국 포위가 아니라 미중대화를 활성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과연 환영할까?

확산 방지의 필요성이야 오바마 행정부도 강조할 것이다. 그러나 동북아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해상 군사훈련의 필요성에 대해 부시 행정부처럼 생각할까? 아닐 것이다.

예컨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PSI에 전면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묻지 않을까? 워싱턴에서 대화를 통해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전문가들은 한국의 반응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정세는 변화한다. 냉각기를 거치고, 조정기를 거쳐 결국 협상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당분간이야 어렵겠지만, 언제까지 대결상황을 지속할 것인가? 그러나 지금 PSI 전면 참여를 선언한다면, 북미 대화와 관계없이 남북관계는 장기 교착의 길로 들어선다.

만약에 몇 달 후, 아니 1~2년 후 남북관계를 꼭 개선해야 할 때가 되면 그때 가서 PSI를 탈퇴할 것인가? 국제규범에 들어갔다가 탈퇴하는 것이 글로벌 외교는 아닐 것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미 흘러간 부시 행정부의 유산을 껴안고 남북관계의 장기 교착의 길을 선택하려는 이유가 참으로 궁금하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원문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090407232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