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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본 ‘김정일 3기’

작성자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작성일
2018-01-18 19:41
조회
237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가운데)이 지난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1차회의에 참석해 고 김일성 주석 동상 바로 앞 주석단 중앙에 앉아 있다. 김 국방위원장의 양 옆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왼쪽 양복 입은 이)과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군복 차림)이 앉아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
한겨레는 지난 9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1차 회의를 기점으로 출범한 ‘김정일 3기 체제'의 성격과 방향을 한겨레평화연구소와 협력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분석·전망해봤다. 편집자
변화보다 안정 택했지만…대외관계·경제가 변수

■ 총론 국방위 강화·장성택 부상 ‘내부정비’
?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세계의 눈이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 때마침 최고인민회의 12기 1차 회의가 열렸고, ‘김정일 3기'가 출범했다. 북한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앞으로 5년 동안 김정일 후계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대외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3기를 시작하는 이번 최고인민회의가 답을 주고 있는가?

우선 내부 정비가 눈에 띈다. 제도 측면에서 국방위원회 강화가, 인물 측면에서 장성택의 부상이 대표적이다. 대의원 구성에서도 담론 분야에서도 군을 앞세우는 선군정치가 강조됐다. 예산 편성으로 드러난 경제정책 분야에서 도시 경영 부문을 책임질 수도건설사업부 신설 말고는 특별한 특징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북한 경제가 헤쳐 나가야 할 앞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대남 외교 분야에서는 강경담론이 넘쳐났지만,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제시되지 않았다.

김정일 3기는 체제안정에 주력하며, 후계 과정을 관리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북한을 둘러싼 대외환경은 여전히 복잡하고 불안정하다. 앞으로 12기 최고인민회의 5년은 북한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시기다. ‘어떤 북한’이 등장할 것인가? 북한의 정치와 경제가 대외환경 개선 여부에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어떤 대북정책’을 취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김연철,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

■ 정치 ‘선군’ 기치로 후계관리체제 도모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최고인민회의 12기 1차 회의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재추대되고,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국방위원에 진출했다. 국방위원회가 인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확대되고 강화됐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를 대비하는 인적 네트워크가 정비되고, ‘체제 안정’ 속의 변화를 모색했다.

우선 장성택의 ‘화려한 부상’이 주목된다. 그는 건강이 좋지 않은 김 위원장을 대신할 수 있는 국정 전반의 관리자 역할을 부여받았다. 장성택은 앞으로 군과 경제부문을 포함한 포괄적인 영역에서 ‘위임 권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국방위원회에서도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국방위원회의 인적 충원은 국방위가 국가 중심 권력기구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장성택의 진입과 당, 군수공업, 보안 분야 핵심 담당자들이 새로 충원됐다. 향후 국방위원회는 위기관리 및 체제 유지의 핵심 단위로서, 그리고 국정운영의 최고결정기구로서, 당·정·군 관계를 총괄·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11년 만의 헌법 개정도 주목할 만하다.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방위의 기능과 위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군정치를 강조하는 문구도 삽입됐을 것이다. 이는 국정운영에서 군의 역할을 강조하는 선군정치를 체제 작동의 정치를 넘어 체제 유지·발전의 확고한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김정일 3기 출범은 변화보다 최대한 안정을 추구했다. 군수공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며, 보안강화를 통해 기강 확립과 내부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장성택의 부상과 국방위원회의 강화를 통해 후계체제 구축 과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도 갖췄다.

그러나 북한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세대교체, 경제회생, 그리고 핵문제의 해결과 대외 환경의 개선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북한한테는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고, 에돌아갈 수도 없는 도전의 영역이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인물과 구조가 이러한 시대의 도전들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지켜볼 일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한겨레평화연구소 연구위원>

■ 경제 개혁개방 불가피…속도는 불투명
?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의 경제정책 전망에서 핵심은 개혁개방이다. 이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후계체제로 대표되는 국내정치적 요인, 그리고 북-미관계의 개선 여부로 대표되는 국제정치적 요인이다. 김정일 3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다소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기간 내에 개혁개방의 양대 핵심 변수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3기 전반기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남북관계의 악화, 북-미관계의 조정 등 대외 여건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 처지에서는 지구상의 유일한 후견인인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다. 때마침 올해는 북-중 수교 60돌이자 ‘우호의 해'로 지정돼 있으니 중국으로부터의 지원과 협력 확대를 기대할 만하다.

불투명한 대외정세를 고려할 때, 내부 결속이 요구된다. 천리마운동에 대한 새삼스런 강조, 시장에 대한 통제 등 과거 회귀적이고, 보수적인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경제사정이 호전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제2의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할 정도로 경제가 악화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김정일 3기의 중후반기에 어느 정도 변화가 예상된다. 2012년의 강성대국 건설은 후계구도의 가시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가 정당성과 권위를 부여받으려면 북한의 2대 핵심과제인 체제 안전보장 문제와 경제난 해소 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야 한다. 따라서 북핵문제 및 북-미관계가 일정 정도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외개방의 확대 및 외부로부터의 자원 유입 확대를 의미한다. 동시에 경제개혁이 진전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개혁개방 확대가 경제의 재건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경제에 다소 숨통을 틔워줄 공산은 크다.

개혁 개방의 방향성은 불가피하나, 어느 정도의 속도로, 어느 범위와 수준까지 확대될 것인지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개방 확대와 개혁 확대가 서로 맞물리며 선순환적으로 진행됐던 중국 모델을 전적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북한의 특성을 가미한 제3의 모델을 모색할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한다. 이번 개정 헌법에 경제 관련 내용이 어느 정도나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한겨레평화연구소 연구위원>

■ 외교 미국에 공 넘기고 남한엔 더 강경
?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03년 9월 2기 김정일 시대를 선포했던 최고인민회의 제11기 1차회의에서는 외교 문제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의안이 채택됐다. 당시는 6자회담 1차 회의가 성과 없이 종결된 직후여서, 북한 내부에서 군부 등이 6자회담 참가의 실효성에 대해 논란을 제기할 만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외무성의 대외 활동과 재량권에 최고인민회의 차원의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이와 비교해본다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의외로 보일 정도로 대외 관계에 뚜렷한 특징이 없다. 강석주(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외무성 부상) 등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름이 대의원 명부에 재등장했지만, 정작 최고인민회의 회의석상에 이름이 오르내리지는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등장이라는 환경 변화에 조응할 만한 정책 변화의 조짐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로켓 발사라는 떠들썩한 이벤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침묵에 가까운 이런 대응은 미국에 대해 ‘환상은 없다’는 묵시적 항변으로 보는 게 차라리 나을 듯하다. 로켓을 통해 뭔가를 보여줬고 앞으로도 자신들의 군사 행동에는 수순이 있으니, ‘공은 당신들 코트에 있다'는 반어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김정일 3기의 외교 역시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주고받기식 대응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남 관계에서도 참고할 만한 명시적인 메시지는 없다. 그러나 대외 정책에 비하면 속내를 조금 더 뚜렷이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내각에서 경협을 맡아 온 민족경제협력위원회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라든지, 대남 군사 활동을 담당하던 당 작전부장 오극렬이 국방위원회에 입성한 점 등은 대남 관계에서 정경분리의 접근법이 아니라 정치군사 문제를 우위에 놓는 전통적 접근법이 강조될 것임을 예고한다. 남북정상회담으로 잘 알려진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건재함을 알렸지만, 최승철 통전부 제1부부장의 탈락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노무현 정부 시기와 같은 대남 정책이 재개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심지어 (2005년 8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로 잘 알려진 김기남 당 비서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한 김영춘 인민무력부 부장이 최고인민회의 직후에 열린 각종 대회에서 “새 전쟁도발 책동”과 “무자비한 대응 타격”을 거론한 것은 대남 강경론이 한층 심화될 것임을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이정철,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원문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349645.html